우리는 썸일까, 친구일까?

가끔 연인이 아닌 이성 친구이긴 하지만 미묘한 느낌이 생길 때가 있다. 남사친, 여사친이라는 이름으로 옆에 있다가 문득 상대와 함께 있을 때면 왠지 떨리기도 하고,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상대가 있다. 친구라면 그냥 떠들거나 웃고 즐기기에도 바쁘겠지만, 친구라 해도 이성으로 느껴지는 사이라면 조심스러워지고 상대를 신경 쓰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오늘은 이렇게 상대와 내가 친구인지 썸인지 헷갈릴 때 생각해 보면 좋은 것들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려 한다.

 

- 상대에게 실수한 것이 두고두고 생각난다 -

친구라면 그까짓 실수쯤이야 상대도 나를 신경 쓰지 않을 테고, 나도 상대를 신경 쓸 것 없다며 단순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상대를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때 왜 그랬지. 창피해서 어떻게 만나.'라면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물론 친구에게도 창피한 일이 있을 때 민망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구니까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실수를 과도하게 생각하진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성으로 느껴지고 서로 미묘한 기류가 오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상대에게 내 이미지가 어떻게 보일까 싶은 마음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친구 사이라면 사실 이미지가 어떻든 어차피 연인으로 발전할 것도 아니고 이성으로 잘 보일 상대도 아니기 때문에 털어내기가 한결 더 쉬운 것이다. 

 

- 단둘이 만나는데 꾸미고 나온다 -

친구들과 다 같이 만나는 자리라면 잘 보이고 싶은 상대가 있어서 꾸미고 나올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둘이 만나는 자리에서 꾸미고 나온다는 것은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모습이 반영된 것이다. 단둘이 만나는 것도 미묘한 관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애인이 없을 때는 서로 만나서 노는 코드가 같으면 같이 놀 상대가 남사친, 여사친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상대와 만나는 자리에서 평소와는 다르게 더 꾸미고 나오는 모습을 보인다면 상대를 이성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거나 혹은 '그래도 우리 사이가 무엇이 달라질지 모른다'라는 무의식적인 생각의 반영이 있는 것이다.

 

- 연락을 수시로 한다 -

남사친, 여사친과 썸의 경계는 연락으로도 나눌 수 있다. 남사친, 여사친의 경우 '이유'가 있을 때 연락하곤 한다. 그리고 평소에는 그냥 잘 먹고 잘 살겠지라는 생각으로 상대에게 연락이 없다가 몇 달 만에 연락해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연락받는 것이 바로 남사친, 여사친의 존재이다. 그런데 말로는 하지 않더라도 서로를 이성으로 느끼며 썸 타는 사이라면 상대가 연락을 수시로 하거나 나 역시도 아무 일도 없이 상대에게 꾸준히 연락하게 된다. 잘 자라며 인사하고 나서도 아침에 잘 잤느냐며, 하루 종일 연락하는 모습을 주로 보게 된다. 또한 이유 없이 통화해도 한참을 연인처럼 조잘조잘 대며 통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누구든지 두 사람 사이에는 뭔가 오묘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 상대에게 이성이 생기면 질투한다 -

누구나 마음에는 어린아이를 품고 산다는 말이 있듯이 때로는 내 친구를 빼앗길까 봐 걱정하는 경우도 있긴 할 것이다. 그러나 나와 사귀지 않을 상대라면 소개팅하거나 연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상대가 잘된다고 하면 왠지 같이 축하해주고 싶고, 잘되길 바라는 것이 남사친, 여사친의 존재이다. 그런데 만약 단지 친구의 감정만 아니라 이성의 감정이 섞여 있는 상태라면 상대가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대해서 불안하기도 하고, 왠지 질투가 나서 투덜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단순히 친구라면 서운한 감정은 들 수 있지만,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게 되는 것이 솔직한 속내일 텐데, 그렇지 않다면 내가 상대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다시 들여다보면 좋을 것이다.

 

- 대화 도중이나 카톡 할 때 웃고 있다 -

내게 누군가 이성으로 좋은 사람이 생기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는 친구들이 단숨에 눈치채곤 하는데, 바로 그것은 연락할 때 나의 태도일 것이다. 친구와 카톡 할 때는 특별히 재밌는 일이 있지 않고서야 그냥 무감각하게 답변을 보내곤 한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연락할 때는 그냥 밥 먹었냐는 질문 하나에도 왠지 마음이 설레고 싱숭생숭한 마음이 표정으로 나오게 된다. 혼자서 실실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내가 상대에게 답변하거나 연락하고 있다면 그건 나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성으로서도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증명일 수 있다.

 

- 눈 마주치는 것이 부끄럽다 -

친구라면 나를 쳐다볼 때 '뭐,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라는 일상적인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성의 감정이 섞여 있다면 상대가 나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부끄러워지고 눈 마주치면 뭔가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아서 괜시레 눈을 피하게 되기도 한다. 친구라면 아무 감정이 없기 때문에 눈을 마주쳐도 뭔가 이야기를 하거나 아무런 느낌 없이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이성적인 호감이 섞일 때는 괜히 상대를 의식하게 되고 나 역시도 상대에게 어떻게 보일까 신경 쓰여서 더 거울을 많이 보게 될 수도 있다.

 

- 매우 자주 만난다 -

친구라곤 해도 매일 만나는 친구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남사친, 여사친과 단둘이 자주 본다는 것은 서로가 편해서 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둘의 마음을 깨닫지 못한 채 점점 두 사람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보통 친구를 만나는 순간을 예로 들자면, 내가 너무 심심한데 놀 사람이 없다거나, 정말 보러 가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친구들은 바쁘고 애인은 없을 때, 혼자 밥 먹기 싫은데 배고플 때 술 마시고 싶은데 친구들은 다들 애인하고 노느라 안 놀아줄 때 등등 나 혼자 뭔가를 할 수는 없고, 누군가가 필요할 때 그게 바로 남사친, 여사친일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매일 그 상대하고만 만나지는 않는 것이 보통의 친구일 것이다. 그런데 항상 그 사람과만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뭘 하든 그 사람이 생각난다거나 같이 있을 때 가장 즐겁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가까이 지내다가 한순간에 '그럼 우리 한 번 사귀어볼까?'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다.